고경숙 시집『혈(穴)을 짚다』북인(현대시인선 38), 2013. 1.15
아스팔트를 질주하던 그녀가
흠칫
놓친 물건을 집는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딸려오는
작고 노오란,
- 고경숙의 시「봄」전문(p.72).
『모텔 캘리포니아』(2004), 『달의 뒤편』(2008)에 이은 세 번째 시집『혈(穴)을 짚다』(2013) 를 펼쳐 든
다. 시집 제목들에서도 느낄 수 있듯 시적(詩的) 혹은 감성적 감각이 평범치 만은 않음을 짐작해 본다.
아프다, 까마득하게 먼 기억이
강처럼 흐르는 곳 어딘가를 누르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벌판 한복판
말안장에 얹혀진 돌덩이 하나
늘어진 신경 끝으로
죽은 장미의 검붉은 체액이
길을 내고 있다
- 「혈(穴)을 짚다」부분 (p.16).
표제작인 「혈(穴)을 짚다」에서 시인은 삶의 공허이거나 부재(不在) 혹은 그로테스크(grotesque) 하기까
지한「미궁」에서 「길」 하나를 모색해 가고 있다. 그것이 정녕「아픈」생(生)의 본질일런지도 모르겠다.
시집은 삶의 「통점」들을 어루만져주는 또 하나의 「보티첼리」의 감각들로 다가온다.
유난히 눈이 많고 추운 이 겨울에 딱 어울리는 선물이다.
시인과 오랜만의 통화에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잠시 추위를 잊어 본다.
다시금 시집 상재를 축하드린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자서(自序).
차례. 시집 속에는 모두 64편의 작품이 3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탁본」(p.13).
「퀼트」(pp.60-61).
「익숙한 폐허」(pp.114-115).
박남희 시인의 해설「네거티브와 그로테스크의 양면 거울」(pp.118-133).
표사. - 김기택 시인.
- 박남희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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