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숙 시집『파랑』한맘, 2014. 8. 30.
울 밖에 앵두나무 또랑또랑 붉어 있고
비비새 알을 품는 유월의 뜨락에서
유달리 눈물이 많은 老 시인이 꿈을 꾼다.
향 살라 정좌(正坐)하고 쓰고 새긴 나날들
풍경(風磬)을 반주 삼아 나직나직 부른 노래
마당가 망초꽃으로 일제히 피어났다.
민들레 홀씨 빠지듯 백발도 성기어져
넝쿨장미 더욱 붉어 안타까이 남은 날을
하루도 마지막 날처럼 지성으로 살아낸다.
- 이행숙 시인의 시조「老 시인의 집」전문(p.45)
지난 달 이행숙 시인으로부터 첫 시조집을 받았다.
내 기억엔 문단에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듯한 분인데.....내게 까지 고맙게도 시집을 보내주셨다.
시집을 꼼꼼이 읽다가 잘 정제된 작품들 속에 유독 한 작품에 눈이 간다.
'老 시인의 집'. 부제로 '2011년 6월 11일 백수 정완영 선생님을 찾아뵙고'라고 되어있는.
나 역시 김천 백수선생님을 찾아뵙고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전전긍긍 선생님을 생각하며 단시조를
짓게 되었고 후일 첫 시집에 수록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다른 기억과 감회로 이행숙 시인의 작품과 클로즈업 해 본다.
삼오야서* 풍경 소리
노을보다 붉어질 때
노시인은 대문 밖에
말씀으로 서 계실까
차창 밖 소소리바람에
글썽이는 산수유
*삼오야서(三五野墅): '15평의 작은 농막'이란 뜻으로 김천에 있는
백수(白水) 정완영 선생의 집필실 이름.
-이원식의 시조「김천 나서는 길에」전문(p.42), 시집『누렁이 마음』(2007.6) 중에서
벌써 아침 저녁으론 제법 선득해진 10월이다.
오늘 문득 시인의 첫 시집을 다시금 꺼내어 읽고 잠시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
해질녘 아파트 화단에서 목청껏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
잠시나마 많은 생각들을 되새기게 해준 이행숙 시인께 감사드리며, 첫 시집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더불어 문운 가득하시길 기원한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목차. 시집에는 모두 91편의 작품이 4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질그릇의 노래」(p.11).
「당신의 의자」(p.37).
「구절초」(pp.122-123).
이지엽 시인(경기대 교수)의 해설「확장과 에코이즘과 낮은 자리의 서사-이행숙 시인의 새로운 시적 행보」
(pp.125-142).
표사. 이지엽(경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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