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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산문집『나무의 주인』

이원식 시인 2015. 11. 30. 00:02

 

이종문 산문집『나무의 주인』책만드는집, 2015. 6. 10

 

 

   只在此山中  틀림없이 이 산속에 있기는 한데

   雲深不知處  구름이 깊어서 있는 곳을 모르겠네

 

             - 이종문 산문집『나무의 주인』「채송화 헤아리던 그 스님은 어디 가고」중에서(p.92)

         

 

시인이 쓴 산문집에는 시와 시의 여운을 담은 글이 있기 마련이고, 늘 어떤 아련함이 있다.

이종문 시인께서 보내주신 산문집. 시집을 읽듯 차분히 페이지를 넘겨본다.

읽는 내내 제목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준다.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어떤 힘!

책 속의 일부분을 소개해 본다.

 

 

 ......전략......

    혼자 고향을 떠나 이 거대한 나무 밑에서 자취를 하시며 초라한 한약방을 경영하고 계셨던 40년 전의 나의

아버지는 유교적 윤리가 옷자락마다 고운 때(垢)처럼 묻어 내리던 아주 보수적인 분이었다. 그러므로 아버지

께서 된장이나 김치가 떨어져서 고향으로 돌아오시는 날에 우리 남매에게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는 언제나

동양의 고사들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나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아 버렸던 것은 포은 선생의 붉은 넋과 흰 피에

대한 얘기였다. 워낙 어렸을 때 일이어서 그 내용을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나의 상식을 바탕으로 그때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을, 당신 스스로 한시와 함께 가끔씩 지어 읊으시던 4.4조 가락의 가사체에 실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만고 충신 포은 선생 '단심가(丹心歌)'를 부르면서

     거꾸로 말을 타고 선죽교(善竹橋)를 건너시다

     이방원 일파에게 피살되어 피 흘릴 때,

     선생이 흘린 피는 원한 어린 흰 피였다.

     그 흰 피 흐른 자리 대나무가 돋아났고,

     아직도 그 대밭에 추적추적 비가 오면

     흰 피가 나온단다. 원한에 어린 흰 피.

     흰 피가 어찌 다만 선죽교 뿐이겠노.

     비 오는 날 선생 뫼신 임고서원 은행나무,

     그 나무 밑에 가면 거기도 원한 어린

     선생의 그 흰 피가 울컥울컥 나오는데,

     선죽교에 나는 피는 내가 직접 못 봤지만

     임고서원 그 흰 피 똑똑히 내가 봤다.

     두 눈으로 확인했다. 원한 어린 그 흰 피를.......

 

    아버지의 이런 말씀을 되풀이해서 듣는 동안 임고서원 은행나무 밑의 흰 피가 지닌 신비는 서서히 어린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종교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퍼붓는 비를 맞으며 임고서원으로 달려가서

은행나무 밑에 흐르는 포은 선생의 흰 피를 오래 오래도록 바라보는 꿈을 시도 때도 없이 꾸곤 했고, 급기야

흰 피는 몽환과 동경으로 뒤범벅이 된 어린날의 신화가 되어버렸다.

......후략......

                        

                 - 이종문 산문집『나무의 주인』「임고서원 은행나무, 그 나무 밑의 흰 피」중에서(pp.189-190)

 

 

저자의 약력.

 

저자의 자필.

 

작가의 말.

 

차례. 모두 28편의 산문이 두 부분(PART)으로 나뉘어 엮어져 있다.

 

「나무의 주인」pp.10-17.

 

「미꾸라지 살리기」pp.84-89.

 

「내 무릎 아래서 가부좌를 트시게」pp.259-264.

 

표사 - 「작가의 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