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쑥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곽재구 시인의 시「구두 한 켤레의 시」(1981) 중에서.
며칠 한파의 날씨더니 주춤해지는 듯 하얀 눈이 내린다.
저기 지하철역 입구 밤을 까는 할머니의 손길이 눈발보다 바빠지고,
아이들은 어디 갔는지 텅 빈 놀이터.
걸음걸이 힘드신 어르신의 눈발자국 깊다.
나뭇가지 쪼그리는 붉은 열매들.
그 틈새로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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