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or Camera/디카 스토리·디카 시

눈 오는 날 스케치

이원식 시인 2010. 12. 28. 01:26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쑥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곽재구 시인의 시「구두 한 켤레의 시」(1981) 중에서.

 

 

 며칠 한파의 날씨더니 주춤해지는 듯 하얀 눈이 내린다.

 저기 지하철역 입구 밤을 까는 할머니의 손길이 눈발보다 바빠지고,

 아이들은 어디 갔는지 텅 빈 놀이터.

 걸음걸이 힘드신 어르신의 눈발자국 깊다.

 나뭇가지 쪼그리는 붉은 열매들.

 그 틈새로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오고 있다.♣

 

 

 

 

 

 

 

 

 

 

 

 

 

'■Photo or Camera > 디카 스토리·디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오라토리오(2)  (0) 2010.12.30
하얀 오라토리오(1)  (0) 2010.12.29
점(點)이었다  (0) 2010.12.15
언제나 그 모습 속에...  (0) 2010.12.14
2010년 눈 내리다 - 새벽 동네 풍경  (0) 201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