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도 시집『칼의 노래』목언예언, 2014. 10.9
또 누구 한 사람
총상을 입었는지
달빛도 늙은 가지에
턱을 괴고 앉았는데
총총히
떠난 하늘 길에
낭자한
저 핏자국
- 민병도 시인의 시조「홍매」전문(p.16).
강렬한 표지를 한 시집 한 권을 펼친다.
차례에 나열된 작품의 제목들이 무척 정갈하다.
또한 제목들은 함묵(緘默)한 채 거대한 사유(思惟)와 만상(萬象)의 화폭을 예고해 주고 있다.
먹을 갈다 보면 시간이 온 길이 보인다
아무런 의심 없이 몸을 섞는 물의 뒤태,
눈물에 발목이 잠긴 발자국도 보인다
창보다 예리하고 칼보다 날카롭게
붓끝을 기다리는 조선의 맑은 숨결,
민초의 잠든 새벽을 소리 없이 깨운다
아직은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경계,
모습도 색도 버리고 가만히 업드리지만
어찌나 눈이 부신지 묵죽(墨竹) 저리 환하다
먹을 갈다보면 시간이 갈 길도 보인다
누구나 걸어가되 아무나 갈 수 없는,
함부로 맞설 수 없어 신발 벗고 가는 길
- 「먹을 갈다보면」전문(p.32).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 필자를 한동안 침잠(沈潛)케 한 작품이다.
민병도 시인의 시는 시인이 화가이기도 해서인지 작품의 깊이와 농담(濃淡)이 담대하고
무릇 사혁(謝赫, 479-502)의 '고화품록(古畵品錄)'에서 언급한 화육법(畵六法,: ‘기운생동(氣韻生動)’,
‘골법용필(骨法用筆)’, ‘응물상형(應物象形)’, ‘수류부채(隨類賦彩)’, ‘경영위치(經營位置)’, ‘전이모사
(傳移模寫)’)의 필(화)법을 다시금 상기시키게 한다.
민병도 선생님의 시집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늘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목차. 시집에는 모두 82편의 작품이 5부로 나누어 엮어져 있다.
「은하수」p.13.
「검결(劒訣)」p.15.
「자서전을 읽다」p.102.
장경렬 교수(서울대 영문과)의 해설「'칼의 노래'에 담긴 '따뜻한 마음의 노래'를 찾아」pp.104-138.
표사 - 장경렬의 「작품해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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