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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운 시집『무명차(無名茶)를 마시다』

이원식 시인 2011. 3. 12. 14:30

 

 백이운 시집『무명차(無名茶)를 마시다』, 東芳 2011. 3. 15

 

 

     한줌 검은 숯이 무쇠 솥을 데워서

 

     물이 끓기까지 차와 하나 되기까지

 

     얼마나 무수한 세상이 지켜보는 것인가.

 

     함부로 말하지 마라 중심에 선 햇살들이여

 

     찻물이 바닥날 즈음 떫을 법도 하건만

 

     오묘함 잃지 않음을 누구에게 물어보랴.

 

     등 굽은 소나무가 宗山을 지키듯이

 

     사람의 사는 일도 마치 저와 같아서

 

     외로운 향기끼리 모여 무명차를 마신다. 

 

                              - 백이운의 시조「無名茶를 마시다」전문

 

한 권의 시집(詩集), 한 잔의 차(茶) 속에 삼라만상이 피어나고 또 그것이 진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도시 속 산방(山房)'인 작은 사무실에 반갑게 찾아온 손[客]과 함께 따듯하게 마련한 무명차 한 잔 나누는

시인을 떠올려 본다. 문득 스치는 옛 선사의 싯귀.

 

 

       사람은 산을 대하여 말이 없고

       새는 구름따라 함께 난다

       물 흐르고 꽃 핀 곳에

       우두커니 서서 돌아갈 줄 모르네.

 

       山與人無語

       雲隨鳥共飛

       水流花發處

       淡淡欲忘歸

 

                      - 경허선사(鏡虛禪師)

 

 

「다시, 고요에 기대어」차안(此岸)의 무게를 산화할 무명차 한 잔 앞에 두고, 「곡진(曲盡)」한 심정으로

내일을 염려하며 차를 우리고 시를 빚는 시인의 오롯한 시집, 오롯한 마음을 펼쳐 본다.

 

며칠 전, 꽃눈이 맺힌 목련을 보았다.

아마도 목련꽃과 함께 이 한 권의 시집 또한 향기롭게 피어나길  새봄 겸허히 두 손 모아 본다.♣

 

 시인의 약력.

 

 시인의 자필.

 

 시인의 말.

 

 차례.

 시집은 124페이지 속에 모두 96편의 작품으로 엮어져 있다.

 

 「지상에서, 문득」p.11

 

 「詩法」p.26

 

 「그림자 -고 박정둘 시인」p.55

 

 「曲盡」p.98

 

 이민호(시인,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우화(羽化)와 빙렬(氷裂)의 시학」pp.107-124

 

  시집『무명차를 마시다』는 경이로운 체험이다. 우리에게 무언가 신기하고 놀라운 것을 주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있으면서도 잊고 지냈던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질에 가 닿으면 닿을

수록 다소곳하다. 백이운은 순명(順命)하는 자세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시대 몇 안되는 비조(鼻祖)다.

                                                                                                         - 이민호의 작품해설 가운데